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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교수협의회 성명서 (3.13)

교수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께 뒤늦게나마 을미년 새해 만복 기원합니다. 어느새 봄기운 가득한 교정은 새 학기 맞아 새내기들의 밝은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신임교수님들 여러분 오셔서 저희 가족도 늘었습니다. 모두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뜻 깊고 재미 가득한 대학생활 기원합니다. 새 학기 맞아 인사 더불어 얼마 전 전체교수회의에서 제가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발언하고 질문한 내용 여러분들과 나누고 또 의견 더 모으고자 서툰 붓 들었습니다.

저는 지난 2월 중 특성화 사업 일환으로 유럽 출장 다녀왔습니다. 여러 전통 깊은 대학들, 특히 최초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대학의 본질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볼 기회 가졌습니다. “과연 대학이란 무엇이며 무얼 하는 곳인가?” 이런 질문을 하면서 말씀입니다. 아무리 세상 바뀌고 대학 기능이 달라졌다 해도 그 본질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람 키우고 만드는 곳”으로서의 대학이 그것입니다. 그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학상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 서강은 어떤가요? 한 마디로 본질은 부질없이 놓치고 대응도 마냥 서툴게 허둥대는 위기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학기간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하나는 명예박사 수여식에 경찰력 동원된 사건입니다. 언론보도 통해서나 당사자 중 한 분인 전 대학원장 손호철 선생님 공개서한으로 내용 알게 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여기서 굳이 명예박사 선정과정이 서강 고유의 진정 영예롭고 기릴만한 기준에 의한 것인지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폭압시대에나 있었던 경찰력 동원만큼은 어떤 빌미로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 책임소재조차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것만큼은 마땅히 끝까지 따져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누누이 지적했던 학교 공식행사에 종교의례 함께 하는 일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종교 색을 드러내지 않아 온 서강 전통에 어긋날 뿐더러 특정 종교의식이 낯선 학생들 학부모들로서는 곤혹스럽고 소외감 느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럽 출장 중 서강을 잘 모르는 기관이나 교수들 만나서 예수회 대학이라고 하면 일단 알아주고 기려주더군요. 본질에 충실한 교육으로 정평이 난 예수회 대학의 가치 덕분이겠지요. 그런데 학교 공식행사에 갑자기 종교 색을 뚜렷하게 드러낼 필요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교육과 인격적 관심에 영성을 녹여 실천해 온 예수회 교육이념의 맥락에서 다시 깊이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오래 전부터 쟁점이 되어온 학교 운영 전반 현안에 대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에 앞서 임기 후반부를 시작하시는 총장님과 새로 짜인 보직진에 건강과 성과 기원합니다. 그러면서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제발 덕분에 새 보직진은 부디 대학의 본질, 그리고 예수회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의 본령을 잊지 말고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세상 바뀌고 교육 달라지더라도 적어도 서강만큼은 이를 지키고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서강이 앞장서서 그걸 지키려는 노력만이 성과와 효율이 판치는 비교육적이다 못해 사뭇 반교육적인 세태를 이겨내는 길임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이제 한 가지 부탁말씀 그리고 또 한 가지 질문 드리렵니다. 부탁말씀은 아무리 학교의 성장, 경쟁, 외부 평가의 순위가 중요해도 대학은 교육기관이며 그 주체인 교수들은 무엇보다 자존감과 명예로 삽니다. 그동안 굳이 압제라고 하면 심한 표현이 되겠습니다만, 저희들 적잖이 규제와 억제에 시달려 여간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특히 소장 교수님들 불합리한 획일적 잣대로 강요된 업적 압박에 시달려 학생들에게 인격적 관심 기울일 여지도 없이 가정생활마저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부디 학내 교육의 제반 여건 개선하여 교수들이 신명나는 교육, 연구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인격적 배려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하다못해 최근 불거진 학생사회 불미스런 일들 각별한 인격적 관심과 배려 통해서만 바로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발 저희들에게 그럴 수 있는 교육적 시간과 배려의 여지를 돌려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입니다. 그린벨트 해제와 더불어 남양주 캠퍼스 본격적 사업추진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건변화에 따라 지난 전체교수회의 중 추진위원장이신 대외 부총장께서 직접 밝히셨듯이 전면 재조정과 같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학교 구성원들과 정보공유, 의견수렴을 공언했지만 언제, 어떻게 할지 제대로 된 그 진행을 거듭 약속해주셔야 합니다. 특히 서강가족들은 이토록 궁핍한 시절, 재정긴축으로 학내 일상조차 빠듯한 때에 본교 운영에 아무런 차질 없이 자금조달이나 건축 등 사업진행이 가능한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추진은 본부나 추진단에서 했지만 계약 당사자나 향후 최종 책임은 재단에서 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총장님, 이사장님 진정 아무런 문제없이 본부와 재단 측 일심단결해서 이 사업 추진하고 계시는 중입니까? 그리고 그에 걸맞게 책임소재도 분명히 하고 계십니까? 재단의 추진의지와 학교의 추진능력의 일치가 교내 구성원 앞에 사전에 명확히 제시되어야만 향후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에 있어 혼선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기에 질문 드리는 것입니다. 이 모든 사안을 제발 저희 교수단을 비롯한 서강 구성원 모두와 긴밀하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거쳐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이제 약속하신대로 공청회 등 일련의 과정이 시작되면 이 사안들에 대해 분명한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가지로 모자라기 짝이 없는 제가 지난 두 해 동안 교수협의회 회장 맡아 교수가족 뜻 모으고 펼치는 일에 나름 갖은 애를 써왔지만 이제 임기 마무리하면서 온갖 아쉬움과 안타까움만 가득합니다. 교수님들 신명나는 교육과 연구, 뜻과 재미가 넘치는 학교생활의 자리 제대로 열어드리지 못한 점 너무도 송구스럽습니다. 그 전 몇 해 동안 제자리걸음이던 교수협의회 회원 수가 지난 두 해 동안 제법 늘어난 것부터가 그만큼 교수님들, 특히 소장 교수님들 상황이 어렵고 고단한 때문일 것입니다. 그 해결이나 극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 얻지 못한 것 거듭 죄송합니다. 안팎으로 상황도 어렵고 힘들었지만 제 무능과 부덕 탓이 클 것입니다. 엎드려 용서 구하면서 앞으로도 서강이 서강답고, 대학다운 공동체로 거듭 나고 커갈 수 있도록 어디서든 미력이나마 다하겠다는 다짐도 드립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관심, 지원 고맙습니다. 끝으로 부디 서강과 함께 튼실한 서강 교수가족의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자라나갈 교수협의회에 더 많은 성원과 참여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15년 3월 13일
서강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정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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