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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열어가려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열어가려면...

서강 공동체 구성원 여러분! 안팎으로 대학을 둘러싼 구조조정의 광풍이 불고 있는 요즈음 학문과 교육의 전당을 지켜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와중에 그동안 실추되었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실종된 서강의 자존과 명예를 세워나가는 일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서강이 짧은 세월 동안 명문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인격적 관심’이나 ‘남을 위한 삶’과 같은 예수회 교육이념에 따라 대학 교육의 내실화를 명실상부하게 실천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서강은 그 명예를 드높였고 그에 따라 구성원들의 자존감 또한 드높았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서강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그 명예가 실추되어 있습니다. 자존과 명예는 억지로 밖에 구걸한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갈고 닦고 또 애써야만 밖으로 빛나 얻어지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서강의 어두운 과거사 하나를 밝혀 우리의 잃어버린 자존과 명예를 되찾기 위한 새 걸음을 함께 다지고자 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24년 전 서강에서 일어났던,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이른바 ‘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입니다. 이는 24년 전 서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총장이었던 박홍신부는 학교에서 기자회견까지 해가며 “죽음의 세력”이라는 말로 당사자를 마녀 사냥했습니다. 당사자는 옥고를 치르고 온갖 고통을 견뎌오다가 중병에 들어 죽음에 이른 이제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그 누명을 벗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을 이 지경으로 만든 관련자 어느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사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굳이 박홍신부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서강 구성원들 모두, 특히 교수단에서라도 그 죄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서강 언덕에서 일어난 사건인 이상, 오랜 동안 이를 묵과, 좌시, 망각해 온 우리 모두는 그 죄업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사람이나 어떤 집단이 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잘못도 저지르게 마련이고 죄업도 쌓게 마련입니다. 그 사람이나 집단의 자존이나 명예는 무얼 잘해서도 얻어지지만 잘못과 죄업을 어떻게 되새기고 다시 일어서느냐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저희 교수협의회는 강기훈씨에게 지난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합니다. 이런 사죄를 통해 다시는 서강에서, 그리고 그 사건을 이제 알지도 못하는 세대가 주축인 서강 공동체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애쓰겠다고 다짐 드리는 것만이 강기훈씨의 희생과 귀한 뜻을 새기고 기리는 일일 것입니다.

서강 공동체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지난날부터 오늘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서강의 앞날을 열어가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렇게 부끄러운 과거를 제대로 되짚어야 미래를 내다보고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부터 차근차근 해낼 때야 비로소 잃어버린 자존과 명예가 차츰차츰 되돌아오고 되찾아질 것입니다.  

2015년 9월 21일
서강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정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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