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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역사교육의 상식 회복을 위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강대학교 교수 성명

역사교육의 상식 회복을 위하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싸고 한국 사회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학계, 교육계, 시민단체 심지어는 보수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그리고 일부 보수 세력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구국을 위한 ‘위대한’ 고뇌의 결단인 것처럼 선전하다가 마침내 ‘중등학교 교과용 도서의 국․검․인정 구분고시’를 고시하여 확정하였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한국 사회의 보편가치인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자주성 그리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 민주적 기본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누차 지적된 바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국정제 보다는 검․인정제, 검․인정제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우리는 이것이 한국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결정은 이러한 상식에 반하는 행위이며, 인류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획득한 보편가치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강대학교 교수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정화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준엄하게 요구한다.

오늘날 세계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지식혁명의 시대, 과학과 기술 혁명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을 우리 사회와 국가의 항구적 발전으로 승화시키려면 우리 사회 구성원 특히 미래 한국을 책임질 세대들이 다원적이고 융합적이며, 창조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현실과 미래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유의 교조화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20세기 한국은 이념의 광폭함을 뼈아프게 경험했으며, 그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가 구속되는 질곡을 경험한 바 있다. 이념에 의해 교조화된 개인은 창의적인 인간, 자율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역사는 교조적 사유로부터의 해방이 사회와 국가 발전의 근본적인 동인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이념의 잣대로 미래세대의 사유를 경직되게 만들고,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한국 사회와 국가의 미래에 득이 되기보다는 실이 훨씬 클 것임을 경계하며, 이러한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한다.

권력의 속성상 역사 서술과 해석을 전유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는 쉽지만, 그런 시도는 많은 고통과 희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권력의 의지가 진리와 정의를 구현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유엔의 권고(2013년 총회보고서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에서도 지적했듯이, 정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함으로써 역사현상과 인물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평가를 단순화하여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지역 그리고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복잡 미묘함을 분별하지 못하는 폐해를 초래한다. 결국 미래세대가 과학적이고, 분석적이며 종합적인 사고력을 함양하는 데 부정적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대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교육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정부․여당과 일부 보수 세력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한국사회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그 미래를 볼모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욕심을 관철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국정화를 획책할 일이 아니라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여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을, 좌절과 절망에 시달리는 미래세대에게 전망을 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엄정하되 자유로운 학문 연구와 미래세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는 현 사태와 앞으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당연히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국정 교과서 관련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다.

2015년 10월 1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강대 교수 일동

강정인(정치외교), 강희정(동아연구소), 계승범(사학), 곽노선(경제학), 김건수(생명과학), 김경수(국어국문), 김구연(교육대학원), 김균(커뮤니케이션), 김근영(심리학), 김녕(교육대학원), 김대중(국어국문), 김무경(사회학), 김민정(교육대학원), 김성례(종교학), 김소연(동아연구소), 김승희(국어국문), 김영주(영어영문), 김용해(신학대학원), 김우선(사회학), 김정현(커뮤니케이션), 김종철(정치외교), 김진욱(신학대학원), 김치헌(영어영문), 김태원(영어영문), 김향숙(심리학), 김현주(국어국문), 나진경(심리학), 남준우(경제학), 류동춘(중국문화), 류석진(정치외교), 문진영(신학대학원), 박단(사학), 박병관(종교학), 박은성(영어영문), 박종훈(경영학), 백인호(사학), 사공용(경제학), 서동욱(철학), 서정일(경영학), 성호경(국어국문), 손원민(물리학), 손호철(정치외교), 송의영(경제학), 송효섭(국어국문), 신호창(커뮤니케이션), 심재진(법학전문대학원), 양지훈(컴퓨터공학), 오경환(컴퓨터공학), 오세일(사회학), 오준호(영상대학원), 우재명(신학대학원), 원용진(커뮤니케이션), 원재환(경영학), 윤각(커뮤니케이션), 윤대영(동아연구소), 이근욱(정치외교), 이덕환(화학), 이병하(생명과학), 이요안(영어영문), 이욱연(중국문화), 이재혁(사회학), 이정재(중국문화), 이정훈(국어국문), 이종진(신학대학원), 이준현(법학전문대학원), 이한우(동아연구소), 이호중(법학전문대학원), 임상우(사학), 임지봉(법학전문대학원), 임지현(사학), 장대업(국제한국학), 장덕조(법학전문대학원), 장순란(독일문화), 전상진(사회학), 전인갑(사학), 전종호(프랑스문화), 전헌상(철학), 정문열(영상대학원), 정용철(교육대학원), 정유성(교육문화), 정인기(영어영문), 정재현(철학), 조범환(사학), 조옥라(사회학), 조현철(신학대학원), 지현경(아트&테크놀로지), 최기영(사학), 하상응(정치외교), 홍지순(중국문화), 황은주(영어영문), 황인성(커뮤니케이션), 황화상(국어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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